꽃무지아과(Cetoniinae) Collection? Story? Feat. 점박이꽃무지속 + 청풍이 + 사슴풍뎅이

(121.♡.79.62) 블로그 2 24 0 2024.12.25 16:38

<90년대 후반에 어렵게 구한 당시 Cetoniinae 바이블?>

옛날 옛적 뭣도 모르던 대학원 석사과정 시절을 잠시 돌이켜 보면…

첫 번째 논문 테마였던 무려 고 이승모 선생님이 직접 점지해 주신 꽃하늘소아과에서 한번 좌절(?) 하고 개인 사정으로 잠시 휴학을 했었다. 그리고 한 학기가 지나 복학을 했더니 갑자기 교수님이 유용곤충에 관심도가 매우 업이 되어 계셨고 굼벵이의 성충인 점박이꽃무지속(Protaetia) 분류 논문을 써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하던 갑충 중 하나인 까치산의 떡갈나무 꽃에 붙어있던 점박이꽃무지가 생각나 반가워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https://en.wikipedia.org/wiki/AltaVista

나름 애플 II +로 게임을 시작한 컴퓨터 마니아로 그 당시 구글 격인 알타비스타 검색엔진을 통해 해외의 꽃무지 전문가와 해외 갑충 관련 학자들을 컨택하였다. 그중 체코의 꽃무지 전공 학자(? - 죄송하게도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에게 연락이 닿아서 막무가내로 저 꽃무지아과 융크 카탈로그와 전설의 얀 크리껀 박사님의 책을 복사해달라고 졸랐다. (당시 체코 선생님께서 저작권 위반된다고 하셨는데… 돈 보내드릴 테니 제발 하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PDF 논문 이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원문을 복사하거나 복사본의 복사를 하거나 이런 식으로 자료를 모으던 구석기 시절이라 한두 달을 이것 저거 자료 복사하고 가능한 자료 수집에 미친 듯이 빠져있었다. 그러다 5월쯤 꽃무지들이 나올 시절에 외국의 사례를 보니 당밀이나 바나나 등으로 유인을 해 꽃무지를 채집한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춘천 근처에 자주 가던 채집에 바나나를 설치하였다.

<2014년 5월 경기도>

하지만 다음날 도착한 바나나 트랩에는 아쉽게도 점박이꽃무지류는 한 마리 밖에 없었고 몇 년 전에 모시나비 동아리 동기가 잡아다 준 사슴풍뎅이가 바글바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김새 끝내주지 동아리 시절에도 채집해 보지 못한 처음 본 꽃무지라 당연히 좋아했어야 하는데 그때는 점박이꽃무지류에 미쳐있어서 이것들은 왜 이렇게 많이 온 거야? 하고 시무룩해서 실험실로 돌아왔다.

(아마도 이것이 지금 다들 하시는 바나나 트랩의 원조…)

<해물왕자님이 사육하신 사슴풍뎅이 2령, 3령>

실험실에 돌아와서 사슴풍뎅이를 왕창 꺼내 놓자 교수님께서는 "어 이거 귀한 건데? 어디서 이렇게 많이 채집했나?"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제야 기분이 좀 좋아졌던 기억이 났다. 그때 막 사슴벌레를 키우기 시작할 때라 자작 발효 톱밥이 있어 쉽게 알을 받았는데 애벌레 1령까지 막 크길래 키우기 쉽네 하고 나중에 보니 한 마리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ㅋㅋㅋ)

그리고 경북대에서 열린 학회에 가서 열심히 경북대 표본실에 소장되어 있는 꽃무지 표본의 라벨을 체크하고 들여다보고 있는데 교수님 두 분이 나를 호출하셔서 갔더니 "야 꽃무지 우리 실험실에서 작년에 썼는데?"… 란 절망적인 말을 듣고 2번째 테마마저 꼬여버린 절망적인 상태가 되어 버렸다… (사슴벌레가 내 운명인 듯 ㅎㅎ)

점박이꽃무지속 (Genus Protaetia Burmeister, 1842)

충우곤충연구소

<점박이꽃무지류 컬렉션 (표본제작: 표웅님)>

그 이후 물론 해외의 멋진 꽃무지들과 풍이 등을 수집하긴 했지만 국내 꽃무지에는 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제주도에 우연히 여름에 곤충 조사를 가서 바나나 트랩에 모여든 색색의 점박이꽃무지류를 보고 다시 수집 정리를 시작했다. 그때 멸종위기종 조사로 섬 조사 나갈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동료들한테 부탁해서 섬의 점박이꽃무지도 추가로 수집을 했었다.

<상수리나무 수액만 찾으면 곤충이 가득한 제주도!>

특히나 제주도의 점박이꽃무지(Protaetia orientalis submarmorea (Burmeister, 1842))는 내륙과 달리 일본처럼 아름다운 금속광택을 지닌 색색의 형태가 나와서 새로운 타입의 개체를 반경 할 때마다 흥미진진한 녀석이다.

<점박이꽃무지 (제주 및 도서 지역)>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색상은 위에 두 가지 색상이다. 좌측 사진의 젤 우측의 레드퍼플! 과 우측 사진 젤 왼쪽의 블루 블랙. 블루 블랙은 처음 보았을 때 한참을 와~ 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흰점박이꽃무지 (제주도)>

점박이꽃무지의 색감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같이 채집되는 흰점박이꽃무지(Protaetia brevitarsis seulensis (Kolbe, 1886))의 그로테스크한 호랑 무늬도 매력 있다.

<점박이꽃무지류 컬렉션 (표본제작: 표웅님)>

버드윙 표본 상자 파티션 트레이에 정리를 해놓았는데 다른 표본들이 더 있는데 왠지 뒤죽박죽 이렇게 정리된 모습이 더 보기 좋아서 그대로 유지 중이다. 총 몇 종의 점박이꽃무지가 위 상자에 있는가? (갑분싸 퀴즈? - 힌트 - 생식기)

풍이(청풍이) (Pseudotorynorrhina japonica (Hope, 1841))

충우곤충연구소

<상수리나무 수액에 모여든 여러 곤충들 (제주도)>

제주도에서 당밀 채집을 하다 보면 강원도, 경기도 등에서 하던 수액 채집 환경과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대낮에도 수액에 흔하게 붙어 있는 사슴벌레, 나비들 그리고 수많은 곤충들과 발에 채는 풍이(Pseudotorynorrhina japonica (Hope, 1841))를 빼놓을 수 없다. 최성기 때 풍이와 점박이꽃무지류와 개체 수 비율이 좀 과장하자면 10:1수준은 되는듯하다.

<상수리나무 상단부 수액에서 처음 발견한 청풍이 (제주도)>

제주도에서 보물 같은 상수리나무 군락을 우연히 발견하고 수액에 바글바글한 모인 곤충들을 보고 눈이 반쯤 돌아가 있을 때 저 위에 뭔가 녹색이 아닌 파란색 풍이가 붙어 있는데… 앗 그것은 전설의 청풍이(?)였다. 놓치면 절대 안 돼… 하면서 부들부들 포충망을 길게 펴서 채집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정식 국명은 '청풍이'가 아니지만

구분해서 지칭을 해야 하니까

계속 청풍이로 호칭을 합니다~!

<아름다운 색상의 청풍이 (제주도)>

'옛날 옛적 카더라 전설에 의하면

제주도에 가면 검은색 흑풍이가 있다!'

'한라산 고산지에서만 채집된다더라~'

이런 카더라 전설은 곤충 마니아라면 누구든 솔깃한 이야기가 아닌가? 실제로 국내에 버젓이(?) 검정풍이 기록이 있으나… 일본 표본의 오기록 또는 오동정이 아닐까? 이외에도 제주도는 그 카더라 전설의 또 메카이기도 한데… 제주사슴벌레(Lucanus)부터… 예전엔 쉽게 가기도 어렵고, 뭔가 제주도 하면 신비하고 그런 느낌에 그런 소문이 많은 듯하다. 실제로 나오면야 너무 좋겠지만… 거의 100퍼 대부분이 충구라.

<투톤 타입 청풍이 (제주도)>

처음 청풍이를 만난 이후로 거의 매년 여름에 조사차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면 당밀 트랩을 설치해서 청풍이를 수집하였다. 이 녀석들 또한 색 변이가 '색상 변태수집가'인 나에게는 강한 집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일반 풍이 20-30마리 보일때 한 마리 발견정도로 되는 녀석이기 때문에 다수의 개체 확보는 쉽지 않았다.

<코쿤 안에서 갓 우화 한 청풍이의 모습>

청풍이의 사육도 난이도가 좀 있으나 가능은 하니 제주도에서 청풍이 암컷을 채집했다면 사육에도 도전을 해보자! 등 부분의 색상만 화려한 것 아니라 복부의 색 변이는 핑크색까지 다양하니 이 또한 흥미진진!

<제주도 청풍이 컬렉션>

일단 전족을 해놓은 7마리의 청풍이를 감상해 보자! 개중에도 변이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간광을 이용해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날씨 좋은 주광에서 볼 때의 비슷한 느낌을 준다.

푸른색 벌레만 보면 미치겠다

정자세(?)로도 한 번 더 청풍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자. 근데 옆에 간첩이 두 종 자꾸 눈에 거슬린다. 사슴풍뎅이는 위에서도 거론된 녀석인데 생김새가 이상하고 위열에는 웬 작은 점박이꽃무지류가 있다. 이 녀석은 아무르점박이꽃무지(Protaetia famelica scheini (Mikšić, 1959))로 다른 점박이꽃무지류와 전체적인 생김새는 비슷하나 크기가 많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되는 편이다.

사슴풍뎅이 (Dicronocephalus adamsi (Pascoe, 1863))

충우곤충연구소

<사슴풍뎅이 기형(원시형?) 수컷>

마지막으로 위의 사슴풍뎅이 수컷은 예전에 충우 사이트에도 올렸던 녀석으로 머리에서 발달된 뿔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지 않고 붙어 있는 형태로 야생에서 아주 드물게 채집이 되는 개체이다. 국내에서도 몇 개체 비공식적으로 채집이 되었던 기록이 있다. 도대체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원시형'이라고 원래 조상은 뿔이 갈라지지 않고 붙어 있었는데 진화하면서 갈라졌다는 썰이 있는데 그냥 단순 기형적으로 나오는 타입으로 생각된다.

<대만의 사슴풍뎅이>

사슴풍뎅이속(genus Dicronocephalus Hope, 1831)은 한국으로부터 중국을 거쳐 베트남, 히말라야 남부까지 분포하고 있으나 특히 대만에 가장 많은 종이 분포하고 있다. 위 논문의 플레이트에서 대만종의 기형 수컷 개체들의 표본이 소개되어 있어 또한 흥미롭다.